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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순위공 5세손 약곡공 이재현] 藥谷公自號序(약곡공자호서) <역문>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21. 4. 23. 19:43

□충순위공(忠順衛公) 5세손 약곡공(藥谷公) 이재현(李再炫)

 

【계대(系代)】 ①충순위공(忠順衛公) 이숭준(李崇準) → 1世孫 순릉참봉(順陵參奉) 덕림(德林) → 2世孫 ③이(苡) → 3世孫 系子 증공조참의공(贈工曹參議公) 응조(應祚) → 4世孫 성극(成極) → 5世孫 ③약곡공(藥谷公) 재현(再炫)

 

 

藥谷公自號序(약곡공자호서)
-自製(자제)

 

鶴駕之陽洛水之陰有一谷焉世所謂藥谷者是也古人揭號之義雖不可知而竊念天地之間物各有主敬盤谷爲李愿之所盤旋而山谷爲魯直之所栖息然則主之者爲主人人孰爭之是以余爲藥谷主人而事來家馬文章高致雖有愧於二子而安吾性分自樂其樂黃冠野服徃來舒舒則今人古人何異也且余於藥字尤有所感焉藥之爲用大矣調亂脈而使平理痿血而使和生人壽人皆係於此故神農氏甞百草始敎焉人之得重病復平善者何莫非此藥之所須歲在丙戌季冬之月余得氣塞之症幾不得爲斯世之人矣有一醫者診脈番視而言曰嗟乎病之源於心腹者旣深且痼必投以靈丹竗劑爲之湔膓滌胃以去病根然後亦宜安靜以保護不可動作而生變余聞而然之自此循序服藥積漸將理僅得生道而少或失宜發作無常意必爲必得靜處謝絶人事即欲廢小思慮使元氣日固於內邪氣不侵於外然後宿病漸除可及乎人氣力未甞不切切于中而安土重遷人之情也而遠則決不可徃也去年春挈家始卜居于此似與官廨隔絶而衆峀森列羣峰嵯峨奇嚴恠石異獸幽禽是吾朝暮耳目之供而松風蘿月爲吾靜褢之當貴箇中眞味難與俗世人云云而且有先人簿庄焉勤力其間數口之家可以無飢而沈緜前患亦勿藥有喜然則此谷之有助於余奚啻補中之丸益氣之散也况心者神明之主也苟有疹病亂我本性則冥然漠然不自省察言語動作致有過當之患而終至於病風喪心之境矣余於調攝之暇杜門端生着朱子書得一語有云克己復禮是一服藥打疊了這病主敬行恕是漸漸服藥消磨了這病口吟數過仍廢書而嘆曰此等工夫顔閔以上事也雖不可企及而惟當塞吾耳閉吾口是非也毀譽也榮辱也得喪也都不了了而左右圖書黙對吉人沈潜書史尙友千古則我欲聞人之過而人欲議我之惡我何與焉人豈多口然則此谷也藥我病者旣如是藥我心者又如是無乃有數存於其間而然耶抑無乃天慳而之秘之以待今日耶嗚呼一日二日念玆在玆提掇此心收歛精神使外邪之紛拏使撓者自然退廳而眞元氣而愈茂重病顔而益者凞凞然皡然不知老之將至則庶無愧於此谷之主人矣黑蛇元月上澣藥谷病叟書


按公諱再炫字晦叟號藥谷

 


●약곡공자호서(藥谷公自號序) 역문(譯文)
-자제(自製)

 

학가산(鶴駕山) 남쪽 낙동강(洛東江) 북쪽에 한 산골이 있으니 세상이 약곡(藥谷)이라 불렀다. 옛사람이 이름을 붙인 뜻은 알 수가 없으나 생각건대 천지(天地) 사이에 물건이 각각 주인이 있는 고로 반곡(盤谷)은 이원(李愿)이 맡아놓았고 산곡(山谷)은 노직(魯直)이 거쳐 한 바니, 그렇다면 주장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니 이에 대해 뉘가 시비하리오. 이럼으로써 내가 약곡(藥谷) 주인이 돼서 집을 옮기니 문장(文章)의 높은 취미는 이자(二子, 이원李愿 노직魯直)에 부끄러움이 있으나 나의 성품과 분수에 만족하고 그 즐거움을 즐기니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서서히 왕래한, 즉 옛사람과 지금 사람이 무엇이 다르리오. 또 내가 약자(藥字)에 대해서 더욱 느낀 바 있으니 약(藥)의 쓰임이 큰지라 어지러운 맥(脈)을 다스려 평상으로 회복시키고 피를 다스려 화(和)하게 하니 나는 사람 수(壽)하는 사람이다. 여기 모인 고로 옛날 신농씨(神農氏)가 백 가지 풀을 맛을 보아 약을 가리켰으니 사람이 중병을 얻어서 고친 자가 이 약 힘이 아님이 없도다.
병술년(丙戌年) 끝 겨울 달에 내 기색(氣塞)의 증세로 잘못하면 이 세상 사람이 안 될뻔했는데 한 의원이 진맥(診脈)하고 자세히 보더니 안됐다. 병이 심복(心腹)에 뿌리가 깊이 박혀 고질(痼疾)이 되었으니 반듯이 영단(靈丹)과 묘제(竗劑)를 써서 창자와 위를 씻어낸 후 병 뿌리가 빠진 뒤 안정으로 몸을 보호하고 움직여서 딴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 내가 듣고 그렇게 여겨 이로부터 순서로 약을 먹으니 점차로 병이 나아서 겨우 살길을 열었으나 조금 잘못하여 재발할까 염려해서 고요한 것에 가서 인사를 끊고 공상을 버려 원기를 안으로 굳게 하고 사기(邪氣)가 바깥에 침노(侵擄) 못하게 한 뒤에 병이 점점 덜어져서 가히 사람이 되고 기운을 중심에 채우고자 하나 앉은 곳에서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인데 먼 곳은 더욱 갈 수 없는지라 작년 봄에 집을 옮겨 이곳에 살게 되니 관청(官廳)과는 담을 쌓고 벌려선 뫼 뿌리와 높고 낮은 봉우리며 기암괴석과 나는 새, 기는 짐승이 나의 아침저녁으로 귀와 눈에 제공되고 송풍(松風)과 라월(蘿月)이 조용한 속에 나의 부귀와 다름이 없으니 이 참맛이야말로 속인(俗人)이 헤아리기 어렵도다. 또 선인(先人)께서 장만하신 전장이 있으니 부지런히 하면 몇 식구는 먹고살 수 있고 오래 끌던 병세도 약을 안 쓰고도 좋은, 즉 이 골이야말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보약을 먹기보다 나을 뿐 아니라 마음으로 정신을 주장하는지라 병이 생겨서 나의 본성을 어지럽히면 막연히 언어 동작을 반성하고 살필 줄 몰라 과도한 걱정이 생겨서 필경은 병풍(病風) 상심할 지경에 이르리라.
내 병을 조리하는 여가에 문을 닫고 단정히 앉아 주자(朱子) 글을 보다가 극기복례(克己復禮)란 구절을 읽고 나서 이것이 약이 되어 첩첩이 쌓인 병을 치고 행동에도 공경을 위주로 하여 용서를 하면 이것도 약이 되어 모든 병이 사라지리라 하면서 입으로 몇 번 읊조리고 인해 책을 덮고 탄식해 가로대 어려운 공부는 안민(顔閔, 공자의 제자인 안연顔淵과 민자건閔子騫) 이상의 일이라 비로소 따라 미치지 못하나 마땅히 내 귀를 막고 내 입을 닫고 옳고 그름이며 기리고 헐고 얻고 잃고 영화와 욕됨을 일절 간여치 않고 좌우도서(左右圖書)를 묵묵히 옛사람 대하듯 하고 글과 사기에 몰두하여 천고(千古)의 일을 오히려 벗 삼으리라. 내가 남에 잘못을 듣고자 하면 남도 나의 악함을 의논하고자 할 터이니 내 상관치 않으면 남이 왜 입이 많으랴. 그런즉 이 골이 내 병에 약 됨이 이 같고 내 마음에 약 됨이 또 이 같으니 내 운명이 이곳에 있음이 아닐까. 하늘과 땅이 갈무려 났다가 나를 기다림이 아닐까.
슬프다, 하루 이틀 이것을 생각하여 이 마음을 잘 이끌고 이 정신을 거두면 바깥으로부터 침노(侵擄)하는 간사한 기운이 자연히 물러가고 참된 원기가 성하고 병은 점차 회춘(回春)되어 히히호호(凞凞皞皡皡)해서 늙어가는 것도 모르고 이 골짜기의 주인 됨이 부끄럽지 않으리라. 흑사(黑蛇) 계사(癸巳) 원월상한(元月上澣) 약곡(藥谷) 병수(病叟)는 쓰노라.


註 : 공의 휘는 제현(再炫) 자는 회수(晦叟) 호는 약곡(藥谷)이다.

 

*경주이씨(慶州李氏) 월성군파보(月城君派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