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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지 권3] 삼귀정(三龜亭) -성현(成俔), 이사균(李思勻), 김영(金瑛)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9. 2. 18. 15:48

영가지 권3


(38)삼귀정(三龜亭)

풍산현(豊山縣) 서쪽, 금산리(金山里) 동네 앞에 있다. 현감 김영전(金永詮)이 지은 것이다. 현액은 용재(慵齋) 이종준(李宗準)의 글씨이다. 임진년 난리에 불타서 두 칸이 허물어지니 조도사(調度使) 김상준(金尙寯)이 다시 수리하였다.

성현(成俔)의 기(記)에
상사(上舍) 김세경(金世卿)씨가 그 고을 삼귀정의 형상으로써 나에게 기(記)를 구하였다. 삼가 살펴보니 풍산은 안동부의 속현(屬縣)이다. 서쪽 5리 쯤에 마을이 있는데 금산촌(金山村)이라 하고 동쪽 스무보(步) 쯤에 봉우리가 있어 동오(東吳)라고 하며 그 높이가 겨우 예닐곱길(丈)밖에 안되는데 정자는 그 봉우리의 꼭대기에 걸터앉았다. 동쪽과 서쪽, 남쪽이 다 큰 평야로 그 형세가 확 트이어서 바라봄에 끝이 없다. 정자 남쪽에는 큰 시내가 있어 곡강(曲江)이라 부르며 곧 낙동강이다. 못이 있는데 마라(馬螺)라 하고 못 위에는 절벽이 힘차게 솟아 높이가 가히 만 길(丈)이나 된다. 강 위에는 긴 수풀이 잇따라 십리가 넘는다. 정자 북쪽에 또 산이 있으니 학가(鶴駕)라 한다. 두 시내(쌍계)가 이 산 사이에서 나와 낙동강으로 들어가는데 그 물이 모이는 곳은 병담(屛潭)이 되며 혹은 화천(花川)이라고도 부른다.

그 위에 또 석벽(石壁)이 있어 천여길(丈)이나 되며 병벽(屛壁)이라고 한다. 두 시내(雙溪)의 북쪽에 기묘한 바위가 있어 붕암(鵬巖)이라고 한다. 시내 양쪽 가에는 밤나무 천여 그루가 있어 층층이 푸르름이 어지럽게 퍼진다. 정자 아래에는 벼논과 보리밭이 있어 봄이면 푸른 싹이 무성하고 가을이면 누른 구름 같은 벼가 물결친다. 진실로 기이하게 경치 좋은 곳이다. 화산(花山)은 김씨의 본관(本貫)이 된다. 김씨는 우리나라 가운데 큰 벌족(閥族)이다. 그의 외할아버지 권상국(權相國) 제평공(齊平公)은 조정에서 높은 이름이 있었는데 권씨는 곧 그의 따님으로 나이 여든여덟살이다. 영전(永銓), 영추(永錘), 영수(永銖)등이 다 가까운 고을의 수령(守令)이 되어서 그 봉양을 지극히 하며 또 이 정자를 지어서 아침 저녁으로 놀고 쉬는 곳으로 하였다. 정자의 터에 세 돌이 있는데 형상이 마치 엎드린 거북 같아서 그대로 삼귀(三龜)라고 이름지었다. 매양 좋은 때와 길(吉)한 날을 당하면 어머니의 가마를 부축하여 정자에 올라가니 노래자(老萊子)같은 채색 옷이 앞 뒤에 빛나게 비치고 뜰에 가득한 귀여운 자손들이 빽빽하게 늘어서서 모시면 어머니는 엿을 머금고 기뻐하신다. 그 즐거움을 다 기록할 수 있겠는가. 대저 세상 사람들은 그 거처는 있으나 그 경치는 얻지 못하고 그 경치는 얻으나 그 즐거움은 얻지 못하는데 지금에 있어서는 땅은 그 경치를 얻었으며 사람은 그 어짊을 얻었고 어버이는 또 그 수(壽)를 얻었으니 뭇 아름다움이 다 갖추어졌다. 어찌 착함을 쌓고 경사스러움을 기른 소치가 아니겠는가. 대저 산 짐승의 수(壽)하는 것은 거북만한 것이 없고 물건의 굳은 것은 돌만한 것이 없다. 남의 자식된 사람 그 어버이의 장수하기를 거북처럼 길게 하고 돌처럼 굳게 하고자 하니 이는 사람마다 원하는 바이다. 이제로부터 이후로 증손 현손에 이르기까지 또 증손 현손으로부터 잉손(仍孫)1) 운손(雲孫)2)의 먼 후손에 이르기까지 그들로 하여금 각각 그 어버이 섬기기를 오늘날 하는 것처럼 하게 하여 세세토록 바꾸지 않는다면 고을은 장수하는 고을이 되고 사람은 장수하는 백성이 되어 마땅히 청사(靑史)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비록 고향이 있었으나 조그마한 곳이요 또 명리(名利)의 굴레에 매여져 물러날 수가 없으며 또한 신령스러운 뿌리가 이미 멀어져 부모 모두 상사가 많았다.

“비록 오정(五鼎)의 영화를 가졌더라도, 자로(子路)와 같이 쌀을 지고 어버이를 봉양하고자 하여도 끝내 할 수가 없으니 더욱 김씨의 여러 어진이들이 능히 그 어버이를 봉양하고 즐겁게 해 드림을 아름답게 여긴다.”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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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곱째 대의 자손
2) 구름과 같이 멀어진 자손이라는 뜻으로, 잉손의 아들인 팔대손을 이르는 말


이사균(李思勻)의 시

세상에 늦게 태어나
때를 같이하지 못하여
일흔살 노래자(老萊子) 채색옷 입고
어버이 앞에 장난함을 보지 못했네.

옛날도 아니요 지금도 아닌
오직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서(四序)
이름도 없고 허물어짐도 없이
이 거북 세 마리.

정자 가운데 밝은 달은
길이 촛불로 남고
호수 위의 맑은 바람
스스로 잔물결에 춤춘다.

좋은 정자에서 옛 일을 다했으니
내 그대를 부러워하며
부끄러이 기쁨을 드리고자
기다려 탄식한다.

김영(金瑛)의 사시사(四時詞)

봄(春)

봄이 와도 아직
만상은 꽃다운 때가 아닌데
사람은 강가 정자에 기대어
만물과 더불어 노닌다.

꽃에 안겨 가벼운 향기
작은 새를 가두고
줄과 부들 서로 길어
물고기와 거북을 가리운다.

안개 걷히니 먼 포구
푸름이 물에 뜨고
비가 많으니 앞 시내
푸름이 잔 물결에 불어난다.

의지없이 하늘거리는 실버들
버들꽃을 떨어뜨리고
쉼 없은 가벼운 바람
저녁 때에 불어 오네.

여름(夏)

회나무 온통 덮어
첩첩이 그늘질 때
외로운 두견새 울음 그치니
꾀꼬리 어지러이 노닌다.

푸르게 펼쳐진 언덕의 버들은
깊이 나래를 감추고
잎 큰 뜰의 연꽃은
온전히 거북을 떠올린다.

강 정자 저녁 연기
묵화(墨畫)를 펼치고
보리 익은 들판에 가벼운 물결
강에 잔물결 일으키네.

술잔은 긴 여름날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데
잔잔히 서늘한 바람
끝없이 옷에 가득 불어오네.

가을(秋)

일백 곤충들 저녁을 맞아
제 각기 때맞춰 우니
만가지 말 천가지 소리
스스로 기쁨을 얻구나.

밝은 달은 하늘에서
옥같은 거울로 날리는데
이태백은 어느곳에서
술을 사러 금거북을 바꾸나.

강 바람 하늘하늘
흰 머리칼을 흔들고
나뭇 잎 우수수
잔물결에 떨어지네.

밤 난간에 오래 앉아
학창의를 펼치는데
노래 따라 그 누가
퉁소 부는 데 화답하나.

겨울(冬)

눈(雪)은 느릿 느릿
섣달에 불어오고
시냇가 차가운 밤
흥취는 기쁘다.

일천 산 차가이 넘실거려
북두칠성 의지하고
일만 집 소리 없어
거북껍질에 움추린다.

*출처: 유교넷. 한국국학진흥원.
*국역 영가지.선성지합본 > 3. 영가지 권3 > 2) 누정(樓亭) > (38)삼귀정(三龜亭)
http://www.ugyo.net/cf/frm/tuFrm.jsp?CODE1=02&CODE2=03&BOOKNMBR=&MOK_NMBR=A101
http://www.ugyo.net/cf/frm/tuFrm.jsp?CODE1=02&CODE2=03&CLSS=1&sBookNmbr=B006&sMok_Nmbr=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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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三龜亭記


용재(慵齋) 성현(成俔)

上舍金世卿氏以其鄕豐山縣三龜亭之狀。求記於余。謹按豐山爲安東府屬縣。縣西五里許有村。曰金山村。東二十步許有峯。曰東吳。其高僅六七丈。亭跨峯頭。東西南皆距海。厥勢敞豁。眺望無際。亭南有大川。曰曲江。卽洛水也。有潭曰馬螺。潭上絶壁贔屭。高可萬丈。江上長林。連亙十里餘。亭北又有山。曰鶴駕。有雙溪出自山間來入于洛。其會水處爲屛潭。或稱花川。其峯又有石壁千餘丈。曰屛壁。雙溪北有奇巖。曰鵬巖。溪兩傍有栗樹千餘株。層翠紛敷。亭下有稻塍麥壟。春則綠髮丰茸。秋則黃雲䆉稏。眞奇勝之地也。花山爲金氏本貫。金爲朝中巨閥。而其外祖權相國齊平公。有盛名於朝。權氏卽其女也。年八十有八。其子永銓,永錘,永銖等。皆爲近邑守令。極其奉養。又構此亭。以爲晨夕遊憩之所。亭基有三石。形如伏龜。故以三龜名之。每當良辰吉日。扶輿升亭。萊衣彩服。輝映前後。滿亭蘭玉。森森列侍。萱闈含飴而悅豫。其爲樂。可勝旣哉。大抵世人。有其居。不得其勝。有其勝。不得其樂。而今則地得其勝。人得其賢。親又得其壽。衆美俱備。豈非積善毓慶之所致。夫生之壽者莫如龜。物之固者莫如石。人子之欲親之壽。如龜之永。如石之固。人人之所願。自玆以後。至于曾玄。自曾玄至于仍雲之遠。使各奉其親。如今之所爲。世世而勿替。則鄕爲壽鄕。人爲壽民。而當留美於靑史矣。若余者。雖有桑梓微區。而縛於名韁。無由退老。而且靈根已邈。具爾多喪。雖有五鼎之榮。而欲爲子路之負米。終不可得則尤羡夫金氏之諸賢能奉其親而娛樂之也。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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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龜亭時詞


이 시는 三塘 金瑛이 三龜亭의 四時佳興을 안동부사 金克儉의 原음韻(時•嬉•龜•漪•吹)을 次韻하여 읊은 시인데, 그의 손자 箕報가 조부를 추모하여 詩板을 만들어 걸었다고 한다.

三龜亭四時詞 金 瑛


挾春萬象樂芳時 봄을 맞은 만물은 즐겁고 향기로운데
人倚江亭與物嬉 강가정자에 오른 사람 또한 자연과 함께 기뻐하는구나
花霧輕薰籠鳥雀 꽃 아지랑이 옅은 향기는 새들을 사로잡고
菰蒲玉長蔭魚龜 길게 자란 줄풀과 부들은 고기를 가려주네
煙開遠浦靑浮木 안개 걷히자 먼 나룻가의 나무는 푸르름이 넘치고
雨滿前溪綠漲漪 빗물로 가득찬 앞 개울엔 푸른 물결 출렁이네
無賴游絲隨落絮 아롱거리는 아지랑이 따라 떨어지는 버들개지는
不禁輕颺晩風吹 그칠줄 모르고 저녁 바람에 가벼이 흩날리는구나


槐樹陰陰疊影時 홰나무 우거진 그늘 겹겹이 짙은 때에
孤鵑啼怨亂鶯嬉 외로운 두견새 슲이 울고, 꾀꼬리 어지러이 날며 즐기누나
綠浮岸柳深藏翼 초록빛 짙은 언덕 위 버들에는 새들이 깊이 숨어 있고
葉大汀荷穏上龜 물가의 큰 연잎에는 거북이 편안히 올라가 있구나
江閣晩煙披墨畵 저녁 연기 속 강가의 정자는 마치 묵화를 펴놓은 것 같고
麥郊輕浪作風漪 가벼이 출렁이는 보리밭은 바람에 이는 물결이구나
酒樽最好消長夏 긴긴 여름날 보내기에는 술잔이 최고인데
無限微凉滿意吹 한없이 서늘한 미풍이 흡족하게 부는구나


百蟲迎暮各因時 온갖 벌레들이 저녁 되면 제철을 만나듯
萬語千聲自得嬉 오만가지 울음 울며 기뻐하는구나
明月一天飛玉鏡 밝은 달은 하늘을 나는 옥거울인데
謫仙何處換金龜 이태백은 어디에서 금거북을 주고 술을 사느뇨
江風裊裊搖華髮 한들거리는 강바람에 백발은 휘날리고
本葉蕭蕭落淺漪 나뭇잎은 쓸쓸히 얕은 여울물에 떨어지네
坐久夜蘭披鶴氅 밤늦도록 鶴氅衣를 걸치고 난간에 앉았노라니
倚歌誰和洞蕭吹 누군가가 노래 맞춰 퉁소로 화답하는구나


雪意漫漫吹歲時 눈이 펄펄 내리는 세모에
剡溪寒夜興堪嬉 剡溪의 차가운 밤일지라도 흥만은 즐거웁구나
千山冷漾倚天劒 싸늘한 온갖 산 모습은 하늘에 기댄 칼같고
萬戶無聲縮殼龜 죽은 듯 소리없는 모든 집들은 등을 움추린 거북같네
隴看風高生氣勢 언덕위 세찬 바람 위세도 당당하고
磯頭水落凍灣漪 물이 준 낚시터는 꽁꽁 얼어붙어있네
短籬爲訪梅消息 매화소식 들으려고 울밑을 찾았더니
玉笛何人月下吹 누군가 달 아래서 옥피리를 부는구나

*출처: 안동문화 11집 > 논단Ⅰ > 안동지역 누정순례 삼구정(三龜亭) > 三龜亭時詞
*http://www.ugyo.net/cf/frm/tuFrm.jsp?CODE1=02&CODE2=03&CLSS=7&sBookNmbr=B025&sMok_Nmbr=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