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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고(象村稿)] 삼귀정팔영(三龜亭八詠) -상촌(象村) 신흠(申欽)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9. 2. 16. 20:22

삼귀정팔영(三龜亭八詠)


학교청봉(鶴嶠晴峯)

어느 해에 귀신이 도끼로 다듬어서 / 何年鬼斧鐫
바위들이 저렇게 천연적으로 수려할까 / 石骨天然秀
그래도 그 바위들 참모습을 보려거든 / 要看眞面目
비가 멎고 해맑게 갠 뒤가 제격이지 / 正是新晴後


마애초벽(馬崖峭壁)

보기도 좋을시고 마라담 그야말로 / 可愛馬螺潭
층층한 낭떠러지 높이가 만장일레 / 層崖高萬丈
봄 들어 피는 꽃 가을에 단풍잎은 / 春花與秋葉
왕유의 망천[주-D001]보다 경개가 절승하다네 / 絶勝王家輞


현리연화(縣里煙花)

강릉의 천 그루 귤나무와 / 江陵千樹橘
위천의 천 이랑 대나무가 / 渭川千畝竹
일현의 꽃인 양 서로 시새워서 / 爭如一縣花
우리 정자 앞을 향기롭게 감싸 있지 / 向我亭前馥


역동한송(驛洞寒松)

푸르고 푸르른 일만 그루 소나무는 / 蒼蒼萬株松
범상한 초목과는 유별나게 다르다네 / 獨也殊凡卉
소나무야 너야말로 존경도 할 만하다 / 松乎爾可敬
천지간의 정기를 네 가지고 있느니라 / 天地有正氣


장교관가(長郊觀稼)

너풀너풀 춤을 추는 천경의 벼들이 / 䆉稏千頃稻
논두렁에 즐비하게 비단결을 이루었네 / 塍隴如繡錯
다만 바라는 건 좋은 날씨 계속되어 / 但願化日長
승평의 즐거움을 영원히 누렸으면 / 永享昇平樂


곡저타어(曲渚打魚)

곡강 가에다 어구를 펼쳐 두고 / 矢魚曲江渚
그물 치는 소리가 어찌 그리 활활한지 / 施罛何濊濊
참으로 우스워라 피라미떼들은 / 却笑陽驕魚
낚시줄을 입에 물고 꼬리를 흔들어대네 / 吸綸爭鱍鱍


삼복피서(三伏避暑)

인간에 삼복날이 오면 / 人間三伏日
대지가 뜨겁기 불과도 같은데 / 大地焦如火
이 정자만은 대체 어찌하여 / 玆亭夫如何
자리 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까 / 靈籟來襲座


중추완월(仲秋翫月)

일년 중의 중추절 / 一年仲秋節
중추 이날 밤 달이 / 中秋此夜月
깨끗하게 심간을 맑게 하여 / 冷然淸心肝
나로 하여금 월굴을 더듬게 한다네 / 使我探月窟


김씨(金氏) 집안에 삼귀정(三龜亭)이 있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언제 지었다는 것, 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것, 색동옷으로 재롱을 떨고 판여(板輿)로 모셔 어버이를 기쁘게 해드렸던 일들이 모두 허백당(虛白堂)성현(成俔)이 쓴 기(記) 속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태사씨(太史氏)는 그것을 《여지(輿誌)》에다 기록하여 역사의 한 장면으로까지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후 일백 년이 지나서 김씨 후예인 청음공(淸陰公)이 그 정자를 중심으로 한 팔경(八景)을 시(詩)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을 나에게 해왔다. 나는 깜짝 놀라 말하기를 “김씨 집안에 그 정자가 있은 지도 이미 오래되었고, 정자로서도 김씨들을 놓치지 않고 오랜 세월 김씨들의 소유물이 되고 있지 않은가. 곤명지(昆明池)와 백량대(柏梁臺)도 나라가 망하면 함께 없어지고, 녹야(綠野)와 평천(平泉)도 사람이 가 버리면 함께 사라지기 마련이 아니던가. 한 백 년을 두고 구업(舊業)을 그대로 지키는 이가 어쩌면 그렇게도 적은 것일까? 그 당시 검정 옥과 붉은 현판을 깎아 세우고 갈고했던 이들이 성(姓)이 몇이 바뀌고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건만 공만은 어지러운 세상 병화(兵火) 속에 천 번이나 불타고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도 끄떡없이 그것을 보전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덕(德)으로 전해온 것이기에 다른 아무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몇 백 년을 더 김씨들이 이 정자를 차지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 아닌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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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 왕유의 망천 : 당(唐)의 시인 왕유(王維)가 망천(輞川)에다 별장을 짓고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 20곳을 골라 각기 이름을 붙이고 시를 읊어, 세상에서는 이를 망천이십경(輞川二十景)이라고 함. 《王右丞集 卷14》

ⓒ 한국고전번역원 | 양홍렬 (역) | 1994
고전번역서 > 상촌집 > 상촌선생집 제17권 / 시(詩)○오언절구(五言絶句) > 삼귀정팔영(三龜亭八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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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촌고(象村稿)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 : 明宗21 ~ 1628 : 仁祖6)의 文集이다.
신흠(申欽)은 1566년(명종 21)~1628년(인조 6). 字는 경숙(敬叔)이고 號는 경당(敬堂), 백졸(百拙), 남고(南皐), 현헌(玄軒), 상촌거사(象村居士), 현옹(玄翁), 방옹(放翁), 여암(旅菴)이다. 본관(本貫)은 평산(平山)이고 시호(諡號)는 문정(文貞)이다. 이항복(李恒福), 이수광(李睟光)과 교유. 이정구(李廷龜), 장유(張維), 이식(李植)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文章) 사대가(四大家)로 불림.



[원문] 三龜亭八詠


鶴嶠晴峯

何年鬼斧鐫。石骨天然秀。要看眞面目。正是新晴後。

馬崖峭壁

可愛馬螺潭。層崖高萬丈。春花與秋葉。絶勝王家輞。

縣里煙花

江陵千樹橘。渭川千畝竹。爭如一縣花。向我亭前馥。

驛洞寒松

蒼蒼萬株松。獨也殊凡卉。松乎爾可敬。天地有正氣。

長郊觀稼

䆉稏千頃稻。塍隴如繡錯。但願化日長。永享升平樂。

曲渚打魚

矢魚曲江渚。施衆何濊濊。却笑陽喬魚。級綸爭鱍鱍。

三伏避暑

人間三伏日。大地焦如火。玆亭夫如何。靈籟來襲座。

中秋翫月

一年中秋節。中秋此夜月。冷然淸心肝。使我探月窟。

金氏之有三龜亭舊矣。經始之跡。登覽之美。戲綵板輿之榮觀。悉具虛白成公記中。而太史氏載之輿誌。以備國乘之一。後百年。金氏之裔淸陰公以亭之八景要余詩之。余驚曰。金氏之有玆亭久矣。亭之不失金氏亦久矣哉。昆明柏梁。國亡則與亡。綠野平泉。人去則與去。世百年而能守其舊業者。一何其尠也。當時之玄壁紅版斸崇臨濬者。幾易姓易主。公乃獨全之於世故兵火千燒萬戰之餘。其曷故也。無亦來之以德。物莫之奪者耶。苟然則金氏之有玆亭。不知又當幾百年哉。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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