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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집(谿谷集)] 삼귀정 팔영(三龜亭 八詠) -계곡(谿谷) 장유(張維)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9. 2. 16. 19:12

삼귀정[주-D001] 팔영(三龜亭 八詠)


왕자는 어느 해에 학가[주-D002]의 유람 즐겼던가 / 王子何年鶴駕遊
복 받은 뜰 옛날 이름 천 년토록 전해 오네 / 福庭千載舊名留
맑은 하늘 부용 색깔 수려한 산봉우리 / 晴天秀出芙蓉色
계수나무 부여잡는 시인의 가을이로다[주-D003] / 騷客攀援桂樹秋

이상은 학교청봉(鶴嶠晴峯)임


맑은 물굽이 짓누르며 우뚝 솟은 푸른 단애(斷崖) / 蒼崖矗矗壓澄灣
천 길 층층 쌓인 철벽(鐵壁) 기어 오를 수 없어라 / 積鐵千尋不可攀
단풍잎 들꽃들 색칠한 듯 붙어 있고 / 霜葉露花工點綴
물결에 떨어져 일렁이는 서늘한 그림자 기막히네 / 絶憐凉影落波間

이상은 마애초벽(馬崖峭壁)임[주-D004]


강물 가에 누워 있는 풍산 옛 고을 / 豐山古縣枕江濱
난리 뒤로 누대도 스스로 새롭게 되었어라 / 亂後樓臺也自新
해마다 흐드러지는 꽃 올해도 활짝 피었나니 / 歲歲煙花開爛熳
그 풍광 영락없이 무릉도원(武陵桃源) 봄빛일세 / 風光渾似武陵春

이상은 현리연화(縣里煙花)임


백 년 재배한 만 그루 소나무 새로운 모습 / 百年培植萬株新
안팎으로 비취색(翡翠色) 고르게 깔린 언덕 / 表裡丘原翠色匀
그땐 사슴 뿔도 거의 막아 냈으련만[주-D005] / 當日幾防奔鹿觸
지금은 모두 변해 늙은 용 비늘 / 只今皆作老龍鱗

이상은 역동한송(驛洞寒松)임


새참 먹으며 밭 갈며 농부들 잇따라 흥얼흥얼 / 耘謳饁唱自相催
천 두락 봇도랑 한눈에 모두 들어오네 / 千頃溝塍望裡開
밭두둑 김 매는 저 농부들을 향해 / 多少田間耦耕者
글쎄 누가 다시 나루터 물어 보러 올까 / 不知誰復問津來[주-D006]

이상은 장교관가(長郊觀稼)임


곡강[주-D007] 봄물의 물고기잡이 / 曲江春水打魚時
석 자 은빛 비늘 고기 좀체로 망에 안 걸리네 / 三尺銀鱗入網遲
오회 땅 장한의 흥[주-D008] 없어도 그만 / 吳會可無張翰興
동진 두릉의 시[주-D009] 원래 있지 않나 / 東津自有杜陵詩

이상은 곡강타어(曲江打魚)임


빽빽한 그늘 서늘한 송뢰(松藾) 천지에 가득 / 密陰凉藾滿空虛
가만히 앉아 불러 오는 천리 밖 선들바람 / 千里冷風坐可呼
우스워라 완화초당(浣花草堂) 소갈객[주-D010]이여 / 堪笑浣花消渴客
일생토록 냉추고[주-D011]만 부러워하시다니 / 一生唯羨冷秋菰

이상은 삼복피서(三伏避暑)임


높다란 난간 홀로 기대 만끽하는 금빛 물결 / 獨憑危檻挹金波
끝없이 비취는 맑은 달빛 여기 이곳이 최고로다 / 無限淸光此地多
천주봉 머리 오늘 밤 바라보는 이 경치 / 天柱峯頭今夜望
선궁(仙宮)의 누대(樓臺)는 또한 정녕 어떠하리요 / 玉樓瓊闕定如何

이상은 중추완월(仲秋翫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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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 삼귀정(三龜亭) :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 풍산현(豐山縣) 서쪽 6리 지점에 있는 정자로, 거북이 엎드린 모양의 암석 세 개가 있었으므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주-D002] 학가(鶴駕) : 왕자 교(王子喬)로 더 잘 알려진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 진(晉)이 일찍이 백학(白鶴)을 타고 후씨산(緱氏山) 정상에 내려앉았다는 전설에 기인하여 태자의 거가(車駕)를 학가라고 하게 되었는데, 정자 북쪽에 실제로 학가라는 이름의 산이 있다.

[주-D003] 계수나무 …… 가을이로다 : 가을철 산림(山林)의 정취가 시인 묵객이 유상(游賞)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말이다. 한(漢) 나라 회남 소산왕(淮南小山王)의 유안(劉安)의 시 ‘초은사(招隱士)’에 “계수나무 부여잡고 서성이며 머무르네.[攀援桂枝兮聊淹留]”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주-D004] 마애초벽(馬崖峭壁) : 삼귀정 앞의 마라(馬螺)라는 못 위에 만 길 높이로 솟은 절벽이다.

[주-D005] 그땐 …… 막아 냈으련만 : 모친의 묘소를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은 효자의 정성을 표현한 말이다. 진(晉) 나라 효자 허자(許孜)가 모친의 묘도(墓道)에 소나무를 심었다가 사슴 뿔에 받히자 그지없이 비통하게 여겼는데 얼마 뒤에 그 사슴이 맹수에게 잡아먹혔다는 일화가 전한다. 《晉書 孝友傳 許孜》 성현(成俔)의 ‘삼귀정기(三龜亭記)’에, 88세 된 권씨 부인(權氏夫人)을 위해 그의 자제들이 이 정자를 지어 즐겁게 해 드렸다는 내용이 있다. 《新增東國輿地勝覽 卷24 安東大都護府》

[주-D006] 밭두둑 …… 올까 :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장저와 걸닉이 김매며 밭 갈고 있을 때 공자가 지나가다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를 물어보게 하였다.[長沮桀溺 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는 말이 나온다.

[주-D007] 곡강(曲江) : 낙동강(洛東江)으로 연결되는 삼귀정 남쪽의 큰 내 이름이다.

[주-D008] 오회 땅 …… 흥 : 물고기를 잡아 회를 쳐서 먹는 즐거움을 말한다. 오회(吳會)는 중국 회계군(會稽郡)의 오현(吳縣)과 회현(會縣)의 병칭이다. 진(晉) 나라 장한(張翰)이 낙양(洛陽)에 들어가서 동조연(東曹掾) 벼슬을 하다가,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인 오중(吳中)의 순채국과 농어회[鱸魚膾] 생각이 나서 곧장 사직하고 돌아간 고사가 있다. 《晉書 卷92》

[주-D009] 동진 …… 시 : 두릉(杜陵)은 당(唐) 나라 시인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그의 시에 “면주 땅 부강(涪江) 동쪽 나루터[綿州江水之東津]”로 시작되는 ‘관타어가(觀打魚歌)’와 “고기잡이 구경하러 동진에 다시 왔네.[東津觀魚已再來]”라는 구절의 ‘우관타어(又觀打魚)’가 있다. 《杜少陵詩集 卷11》

[주-D010] 완화초당(浣花草堂) 소갈객 :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완화초당은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 교외의 지류(支流)인 완화계(浣花溪)에 있던 두보의 초당 이름이며, 두보 자신이 소갈증에 걸린 것으로 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뛴다. 참고로 그의 시에 “난리 겪은 성도 참담한 기상, 완화초당 역시 어찌 남아 있으리.[成都亂後氣蕭索 浣花草堂亦何有]”라는 구절과 “나의 소갈증 비록 심하나, 우리 황제 수고로움 어찌 감히 잊으리.[我雖消渴甚 敢忘帝力勤]”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11 從事行 贈嚴二別駕, 卷14 別蔡十四著作》

[주-D011] 냉추고(冷秋菰) : 썰렁한 날씨 속의 가을철 줄 풀을 말한다. 두보의 ‘무더위[熱]’라는 제목의 시에 “어떡하면 차가운 수정(水晶)이 되고, 어떡하면 냉추고가 될 수 있을까.[乞爲寒水玉 願作冷秋菰]”라는 표현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15》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7
고전번역서 > 계곡집 > 계곡선생집 제33권 / 칠언 절구(七言絶句) 2백 91수(首) > 삼귀정 팔영(三龜亭 八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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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집(谿谷集)은 계곡(谿谷) 장유(張維)(1587 : 宣祖20 ~ 1638 : 仁祖16)의 文集이다.
장유(張維)는 1587년(선조 20)~1638년(인조 16). 字는 지국(持國), 號는 계곡(谿谷), 묵소(默所)이고 본관은 덕수(德水)이다. 봉호(封號)는 신풍부원군(新豐府院君)이고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이다. 윤근수(尹根壽), 김장생(金長生)의 門人. 이정구(李廷龜), 신흠(申欽), 이식(李植)과 함께 조선 중기 문장(文章) 사대가(四大家)로 불림.



[원문] 三龜亭八詠


王子何年鶴駕遊。福庭千載舊名留。晴天秀出芙蓉色。騷客攀援桂樹秋。

右鶴嶠晴峯

蒼崖矗矗壓澄灣。積鐵千尋不可攀。霜葉露花工點綴。絶憐涼影落波間。

右馬崖峭壁

豐山古縣枕江濱。亂後樓臺也自新。歲歲煙花開爛熳。風光渾似武陵春。

右縣里煙花

百年培植萬株新。表裏丘原翠色匀。當日幾防奔鹿觸。只今皆作老龍鱗。

右驛洞寒松

耘謳饁唱自相催。千頃溝塍望裏開。多少田間耦耕者。不知誰復問津來。

右長郊觀稼

曲江春水打魚時。三尺銀鱗入網遲。吳會可無張翰興。東津自有杜陵詩。

右曲江打魚

密陰涼藾滿空虛。千里冷風坐可呼。堪笑浣花消渴客。一生唯羨冷秋菰。

右三伏避暑

獨憑危檻挹金波。無限淸光此地多。天柱峯頭今夜望。玉樓瓊闕定如何。

右中秋翫月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2
한국문집총간 > 계곡집 > 谿谷先生集卷之三十三 / 七言絶句 二百九十一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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