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인물 (二)/양평공◇이양생

[중종실록] 조계상·남율이 음가와 노영손에 관한 일로 차자를 올리다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8. 12. 11. 13:22
중종실록 5권, 중종 3년 1월 26일 갑자 3번째기사 1508년 명 정덕(正德) 3년
조계상·남율이 음가와 노영손에 관한 일로 차자를 올리다


○大司憲曺繼商、大司諫南慄等上箚曰:

《書》曰: "德懋懋官, 功懋懋賞。" 夫有德則命之以官, 有功則褒之以賞, 任官行賞, 各適其宜, 不得相紊: 此王者之政也。 一以有功爲重, 而濫施官位, 則名器混矣。 名器旣混, 則貴賤易置, 賢邪雜糅, 尊卑上下, 顚倒紊舛, 大防一毁, 不知國家將安所恃哉? 我國家尊卑貴賤之分, 截然甚嚴, 不可混也。 故在祖宗朝, 雖以李蒙哥趙得琳李陽生之殊勳, 終不得東西班顯職者, 誠以酬勞報功, 賞固當厚, 而官位之重, 不可濫及於賤孽也。 祖宗之謨, 豈不深且遠哉? 今盧永孫系旣賤孽, 品又庸下。 國家旣重上變之功, 擢於微賤, 躋之崇品, 顯其身、厚其祿, 鍚之土田、臧獲, 盟之金櫃鐵券, 與國匹休, 永世無窮。 褒賞之典, 餘無復加, 何必戾祖宗之法, 混貴賤之分, 排公論之正, 强敍西班顯職, 然後爲盡報功之道乎? 況都摠府典摠禁兵, 所任重大, 雖文武官, 不得苟敍, 必擇任重望之人。 至於郞官, 亦必考四祖署經, 然後就職, 此豈無知賤孽之人, 所處之地哉? 中樞卽古之樞密院, 與議政府敵體, 號爲兩府, 地位隆重, 尤非賤人所據。 夫朝廷者, 祖宗之朝廷, 官位者, 祖宗所設之官位。 殿下嗣祖宗之業, 當守祖宗之法, 遵祖宗之政。 若寵異永孫, 而賞賚之可也, 至於濫加職任, 則臣等恐祖宗之朝廷日卑, 而經常之典, 將自此毁也。 殿下引柳子光爲例, 臣等竊以爲不類也。 子光雖出賤孽, 素有才幹。 世祖欲試其才, 使出身科第, 得通仕路, 此一時之特命, 非經常之典。 況立大功之後, 宜可以歷任通顯, 而卒未果者, 誠以官位至重, 名分至嚴, 雖以祖宗報功之心, 有不能奪公論之正也, 豈可援以爲例乎? 臣等非以永孫功, 爲不重也, 但任以職, 則有乖先王常法, 故不得不盡言耳。 伏願殿下, 快從無留, 亟收成命。

傳曰: "不允。"



대사헌 조계상(曺繼商)·대사간 남율(南慄)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서경(書經)》121) 에, ‘덕을 힘쓰는 사람은 벼슬로 권면하고, 공(功)을 힘쓰는 사람은 상으로 권면한다.’[德懋懋官功懋懋賞]고 했으니, 대체로 덕이 있으면 벼슬로써 임명하고 공이 있으면 상으로써 표창하여, 벼슬을 임명하고 상을 줌이 각각 그 합당함을 얻어 서로 문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왕자(王者)의 정사입니다. 한 번이라도 유공(有功)한 것을 중하게 여겨, 벼슬자리를 함부로 준다면 명기(名器)가 혼란되는 것입니다. 명기가 혼란되고 보면 귀천이 위치가 바뀌고 현사(賢邪)가 뒤섞여져 존비(尊卑)와 상하가 전도되고 문란해지는 것이니, 큰 한계가 한 번 무너지면 국가가 장차 무엇을 믿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는 존비와 귀천의 구분이 잘라 끊은 듯이 매우 엄격하여 혼란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조종조(祖宗朝)에 있어 비록 이몽가(李蒙哥)·조득림(趙得琳)·이양생(李陽生)의 뛰어난 훈공으로도 끝내 동반·서반의 높은 관직을 얻지 못한 것은, 진실로 공로에 보답하는 상은 후하게 해야 하지마는 중한 벼슬자리를 미천한 서얼에게 함부로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조종의 큰 계책이 어찌 깊고도 원대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노영손은 세계(世系)가 이미 미천한 서얼이고 인품이 또한 용렬하지만, 국가에서 이미 변고를 알린 공로를 중하게 여겨, 미천한 데서 발탁, 숭품(崇品)에 승진시켜 그 몸을 현탈하게 하고 그 봉록(俸祿)도 후하게 주며, 토지와 노비를 내려 주고 금궤 철권(金櫃鐵券)122) 에 맹세하여, 나라와 더불어 기쁨을 같이하여 영구히 다함이 없게 하였습니다. 포상의 은전(恩典)을 이 밖에 다시 더 줄 것이 없는데, 어찌 반드시 조종(祖宗)의 법을 어기고 귀천의 구분을 혼란시키며 정당한 공론을 배제하면서까지 억지로 서반의 높은 관직에 서용해야만 공로에 보답하는 도리를 다하게 될 것입니까?

더구나 도총부(都摠府)는 금병(禁兵)을 맡아 통솔하므로 맡은 직책이 중대하여, 비록 문관(文官)과 무관(武官)일지라도 구차스럽게 서용할 수 없고, 반드시 높은 명망이 있는 사람을 가려서 임명합니다. 낭관(郞官)에 이르러서도 또한 반드시 사조(四祖)123) 를 상고하여 서경(署經)을 거친 뒤에야 관직에 나아가게 하는 것인데, 어찌 지식 없는 미천한 서얼이 있을 자리겠습니까? 중추부(中樞府)는 곧 옛날의 추밀원(樞密院)으로서 의정부와 대등하여 양부(兩府)로 호칭하니, 지위가 높고 중하여 더욱 천인(賤人)의 있을 곳이 아닙니다.

대체로 조정은 조종(祖宗)의 조정이고 관위(官位)는 조정이 설치한 관위인데, 전하께서 조종의 업(業)을 계승하시니, 마땅히 조종의 법을 지키고 조종의 정사를 따라야 할 것입니다. 만약 노영손을 특별히 총애하신다면 상을 줌은 옳겠지마는 직위를 함부로 더 주게 된다면, 신 등은, 조종의 조정이 날로 저하되어 경상(經常)의 법이 장차 이로부터 허물어질 것을 두려워합니다.

전하께서 유자광(柳子光)을 인용하여 예를 삼으시지마는, 신 등은 적이 같지 않다고 여깁니다. 자광은 비록 미천한 서얼에서 나왔지마는, 본디 재간이 있으므로 세조(世祖)께서 그 재간을 시험하려고 과거에 출신(出身)하여 벼슬길에 통하게 하였으니, 이는 한때의 특명이고 경상(經常)의 법은 아닙니다. 더구나 큰 공로를 세운 뒤에는 마땅히 높은 관직을 역임했어야 할 것인데도, 마침내 그와 같이 못한 것은, 진실로 관위(官位)는 지극히 중하고 명분은 지극히 엄한 것이어서, 비록 조종들의 공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도 공론의 정당함은 빼앗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 어찌 이를 인용하여 예를 삼겠습니까?

신 등은 노영손의 공로를 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관직을 임명하는 것은 선왕들의 경상(經常)의 법에 어긋나게 되므로 말을 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미루어 두지 마시고 쾌하게 따르시어, 빨리 성명(成命)을 거두소서."

하였으나, 전교하기를,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책 5권 15장 A면 【국편영인본】 14책 224면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신분-천인(賤人)

[註 121] 《서경(書經)》 : 중훼지고(仲虺之誥) 편.
[註 122] 금궤 철권(金櫃鐵券) : 금궤 속에 간직한 쇠로 만든 패(牌). 곧 공신(功臣)과 서로 맹세한 문서.
[註 123] 사조(四祖) : 부(父)·조부·증조부·외조부의 총칭.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http://sillok.history.go.kr/id/kka_10301026_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