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아래에서
-강직한 용재공(慵齋公) 이종준(李宗準)
용재공 16세손 이제민(李濟珉)
의성현령(義城縣令) 지낸 후
모처럼 사우(士友)와 바둑을 둔다.
부친께서 심은 은행나무 집 가리켜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이
‘금호고사(琴湖高士)의 집’이라 했단다.
1498년 무오년(戊午年) 혼란한 정국
사화(士禍)에 연루되었다고
붉은 옷을 입고 나타난 금오랑(金吾郞)
짙어가는 푸르른 은행나무 아래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는 용재공
주변에서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도착한다고 알리니
“아직 나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듣지 못했다.”
꿋꿋이 바둑을 둔다.
명을 받고
노모(老母)께 하직 인사 올리니
"피하지 말고 의롭게 맞으라!"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담담히 당부하신다.
국문(鞫問)에도 흐트러짐 없이 임하고
귀양 가는 도중 충성스러운 안타까운 심정
‘고충자허중불여(孤忠自許衆不與)’*) 시 한 구절
인용했는데 다시 압송되어 이듬해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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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충자허중불여(孤忠自許衆不與) : 고충(孤忠)을 스스로 허여하여 중인(衆人)과 어우러지지 않도다.
중국 송나라 이사중(李師中)이 바른말을 하다가 귀양 가는
당개(唐介, 송나라 강릉 사람, 1010~1069)를 송별할 때 지었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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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21년 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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