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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향시에 가서 수많은 벗들과 만나 어울리다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9. 3. 9. 20:25

예천 향시에 가서 수많은 벗들과 만나 어울리다


1615년 9월 21일, 예천에서 열리는 향시를 보기 위해 김참 아재와 함께 길을 떠난 김광계는 어제 용궁에 당도하여 주막을 찾아 무이촌(茂李村)으로 가려다가 길에서 아우 이도(以道, 김광보)를 만났다. 김광계와 이도는 용궁 읍내로 오고, 김참 아재는 출출하다며 주막을 찾아 무이촌으로 갔다.

아침을 먹은 후에 김광계와 광보는 김참이 있는 무이촌으로 가서 김령 재종숙의 셋째 매형인 이찬(李燦)의 형제를 만나보고, 들어가서 족숙모를 뵈었다. 오랜만에 뵈었더니 식구들이 모두 매우 반가워했고, 족숙모는 급히 상을 차려 내주며 연신 많이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이찬 형제들과 김광계 형제는 예안에 사는 친족들의 안부도 전하고, 학문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느 덧 저녁이 되어 인사를 올리고 용궁으로 돌아 왔다.

용궁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밤에 정시형(鄭時亨)·김근(金謹)·김시진(金是振) 등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외에도 만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다음날에도 이웃에 거처를 정하고 있던 김여옥(金如玉)과 김구(金愳)가 보러 왔는데, 그 외에도 너무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서 쉴 틈도 없었다. 다음날 김광계는 거처에 머물지 않고 아예 밖으로 나와 김덕무(金德茂) 형제를 만나러 다녀왔다.

향시는 24일과 26일이었다. 시험을 마친 김광계는 아우인 광보와 함께 27일에 다시 무이촌에 가서 신경탁(申景卓)·류상지(柳尙之)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또 이찬(李燦) 형제를 만나러 갔다. 한참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엔 포내리(浦內里)로 갔다. 포내리에서도 여러 일족을 찾아가 만나보고, 전성지(全性之) 형을 만나 보았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김광계와 광보가 무이촌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전성지 형이 뒤따라 왔다. 처소에 도착하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우(全俁) 형제 네 사람도 찾아오고, 밤에는 김휴(金烋)도 찾아 와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자게 되었다.

다음날인 9월 28일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비에 막혀서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머무르며 이찬의 형제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류진(柳袗)이 서울에서 이찬의 형인 이백명(李伯明)의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김광계는 아우인 이도(以道)와 함께 이백명의 집으로 급히 갔다. 그런데 류진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와서 김광계는 류진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덕유(金德裕) 형제 및 여러 사람이 동행하였는데 사천(沙川)에 이르러 헤어졌다. 김광계와 광보는 종 백송(白松) 집에 들어가 하루를 묵었다. 해가 저물 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도록 그치지를 않았다.

9월 30일, 새벽에 비를 맞으며 길을 떠났다. 금계(金溪)에 당도하여 다시 김시추를 찾아가니 그는 경광서당(鏡光書堂)에 가 있다고 하여 서당으로 찾아가 만나보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만류하는 바람에 머물러 잤다. 김시추의 아우 김시강(金是杠)과 김시탈(金是梲)도 있었다.

◆ 원문 정보

二十一日. 食後往茂李村, 見仲明兄弟, 入拜族叔母. 夕還. 所見諸人不可勝紀. 夜與鄭時亨亨甫·金謹季和·金是振諸人作話. 甲午. 二十二日. 隣家有金如玉·金[愳]來見, 其餘不可勝紀. 二十三日. 往見金德茂兄弟. 二十四日. 入塲. 考官則都事林頲·善山洪瑞翼·咸陽李成吉也. 擧子終日改題, 日落後乃執草, 鷄鳴後乃出. 二十五日. 休. 二十六日. 又入塲. 二十七日. 復往茂李村, 見申景卓·柳尙之諸人, 與仲明兄弟對敍. 又與以道往浦內里, 見諸族及全性之兄. 夕還宿于茂李村, 全性[之]追來, 同宿作話. 全俁兄弟四人亦同宿, 夜金烋子美亦來話. 二十八日. 滯雨不能行, 與仲明兄弟及諸人對敍. 二十九日. 朝柳季華, 自京來伯明家, 與以道往見之. 暫聞京中消息. 所見之人, 不可勝紀. 復來仲明家喫飯. 金德裕亦來到, 與德裕兄弟及季華諸人同行. 到沙川乃分散, 余則入宿白松奴家. 暮雨達夜不止.

◆ 원문 번역

을묘년(1615, 광해군 7) 9월 21일 밥을 먹은 뒤에 무이촌茂李村으로 가서 중명仲明 형제를 만나 보고, 족숙모를 들어가 뵈었다. 저녁에 돌아왔다. 그 외에 만나 본 모든 사람들은 다 기록할 수가 없다. 밤에 정시형 형보鄭時亨亨甫·김근 계화金謹季和·김시진金是振 등 여러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오일이다. 9월 22일 이웃집에 있던 김여옥金如玉·김구金愳가 보러 왔고, 그 나머지는 다 기록할 수가 없다. 9월 23일 김덕무金德茂 형제를 가서 만나 보았다. 9월 24일 과거시험장에 들어갔다. 고관考官은 도사都事 임정林頲, 선산 부사善山府使 홍서익洪瑞翼, 함양 군수咸陽郡守 이성길李成吉이었다. 종일 시험문제를 고치는 바람에 거자擧子(응시생)들은 해가 진 뒤에야 붓을 잡고 초안을 잡아 새벽닭이 운 다음에 답안지를 제출하였다. 9월 25일 쉬었다. 9월 26일 또 과거시험장에 들어갔다. 9월 27일 다시 무이촌茂李村에 가서 신경탁申景卓·류상지柳尙之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고, 중명仲明 형제와 마주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이도以道와 함께 포내리浦內里에 가서 여러 일족 및 전성지全性之 형을 만나 보았다. 저녁에 무이촌으로 돌아와서 잤는데, 전성지 형이 뒤따라 와서 같이 자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우全俁 형제 네 사람도 같이 자고, 밤에 김휴 자미金烋子美도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9월 28일 비에 막혀서 갈 수가 없었으므로 중명仲明 형제 및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9월 29일 아침에 류계화柳季華가 서울에서 백명伯明 집에 왔으므로 이도以道와 함께 가서 만나 보았다. 서울 소식을 잠깐 들었다. 만나본 사람들은 이루 다 적을 수가 없다. 다시 중명仲明 집으로 와서 밥을 먹었다. 김덕유金德裕도 와서 덕유 형제 및 계화 등 여러 사람이 동행하였다. 사천沙川에 이르러 헤어졌는데, 나는 종 백송白松 집에 들어가 잤다. 저물어서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새도록 그치지를 않았다.

출전 : 매원일기(梅園日記)
저자 : 김광계(金光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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