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인물 (二)/충민공◇이명민

[단종실록] 정분·조숙생·이석정 등을 엄벌할 것에 관한 성삼문 등의 상소문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8. 12. 11. 14:35
단종실록 9권, 단종 1년 11월 26일 무인 2번째기사 1453년 명 경태(景泰) 4년
정분·조숙생·이석정 등을 엄벌할 것에 관한 성삼문 등의 상소문


○左司諫成三問等上疏曰:

臣等近以請治逆黨等事, 或口或疏, 反復陳請, 聖上謙抑, 每以咨訪大臣, 而大臣各執所見, 一不採用, 臣等不勝憤鬱。 昔司馬光爲諫官, 言於上曰: "諫官所言, 皆大臣之事, 而陛下復付之大臣, 大臣其肯以己之所見爲非而以諫官所言爲是乎?" 之此言, 正臣等今日之意也。 恭惟, 殿下聖鑑高明, 洞照物情, 伏望, 將臣等所陳, 一一上裁施行。 若猶存謙退、不欲獨斷, 則請召二品以上與夫侍從之臣, 熟議可否, 與衆處之, 可也。 或同召政府、六曹, 許與臣等論駁, 亦可也。 謹以所見條, 列于後, 伏惟聖鑑裁擇。

一, 姦臣鄭苯, 曩以皇甫仁金宗瑞之薦, 同升三公, 德其進己, 務悅其意, 則薦宗瑞之子承珪爲知部, 以爲堂上官之階。 又恐之有議也, 又以之子爲司僕寺尹。 雖以許詡之阿附, 而猶有不肯之色, 不以爲意, 斷然爲之, 其放恣濁亂如此。 然此特小事耳。 以政府啓目觀之, 其罪名與等不小異。 其曰: "以腹心某某爲兵曹、爲軍器監。" 又曰: "厚賂, 乘夜相會, 亦以分繕工監材瓦, 給無算。 又令李命敏之請, 無所不至。" 則其異於等何事? 且以罪名論之, 則許詡池淨之罪, 似輕於, 而彼皆處死, 獨保全, 非惟與等罪同而罰異, 抑亦輕者死而重者生, 是何理也, 是何法也? 政府前日之啓請是, 則今日之區處非也, 非惟臣等, 擧國疑之。 夫人臣之罪, 莫大於反逆, 而以三公, 輕蔑君父, 黨附宗親, 濁亂朝政, 無所不至, 而得保要領, 則王政紊矣, 國將何觀? 伏望, 依律典刑, 肆諸市朝, 斷不可以處等輕典處也。

一, 見政府所啓, 趙衷孫趙克寬尹處恭, 同爲之腹心, 趙順生李石貞池淨, 均是之黨援, 而或生或死, 輕重異罰, 臣等竊惑焉。 夫不臣之罪, 《春秋》先治黨與, 律文不分首從。 衷孫順生石貞, 法不可獨赦, 義不可獨存, 亦望竝皆置法, 以爲黨惡者之戒。

一, 之子友直, 不可不誅。 夫逆賊, 不分首從, 誅及其子, 固也。 爲從尙爾, 況首惡之息乎? 況友直之命, 比卜聖算, 則尤不容不死也。 伏望, 斷以大義, 依律區處, 以斷在人之疑。

一, 今逆黨之伏辜者, 或有罪名本重而反不死者, 或有罪名未下而身先死者, 衆庶聞之, 不能無疑。 外方尤甚, 所在洶洶, 臣等竊憂之。 夫時有緩急, 事有經權, 各有攸當, 不可執一。 若如靖難之初, 元兇之剪除, 譬如搏虎, 不得不急, 雖獸擊而禽射之, 可也。 今支黨之安置于外者, 不啻如孤雛腐鼠, 所當徐加栲訊、窮詰情由、刑諸市肆。 故緩其死, 明示多人, 又以罪名頒示中外。 且將已絞人罪狀, 竝令布告, 庶幾亂賊知懼、人心自安。

一, 謹案《續刑典》卑下告尊長條一款節該: "府史ㆍ胥徒告其官員、品官ㆍ吏民告其守令ㆍ監司者, 非關係宗社安危及非法殺人, 勿受, 以杖一百、流三千里論罪。" 又按《大明律》誣告條一款節該: "凡誣告人, 笞罪者, 加所誣罪二等, 流、徒; 杖罪, 加所誣罪三等, 各止杖一百、流三千里; 至死罪, 所誣之人已決者, 反坐以死, 未決者, 杖一百、流三千里、加役三年。" 臣等以爲, 《續典》律文之意, 所以嚴上下而厚風俗、杜誣枉而峻禁防也。 今禮賓權知直長沈致敬告其官員辛壽聃之父參判碩祖, 曾與閔伸同謀, 報恩縣人訴其守李壽山之事。 上項二人所告, 法當辨明, 朝廷兩捨不治, 以爲: "若治之, 言路閉塞, 不可問也。" 臺諫請之而固執不許, 臣等亦以爲不可也。 又伏覩傳旨: "十月十四日區處外, 餘悉不問, 以安反側。" 此雖不可施於已現之反黨, 而可施於無罪者也。 竊謂, 凡仕於朝, 莅官臨民者, 或公, 或私, 或是, 或非, 誰無恩怨於人哉? 今釋此不治, 竊恐讒賊得志, 朝士人人自危, 甚非好事也。 夫所謂塞言路者, 塞忠讜之路, 則誠如廟堂之議; 如杜讒賊之口, 何害於國事哉? 祖宗忠厚之風, 從此掃地, 而向之所謂安反側者, 果安在哉? 此實姦民惡吏之幸, 而士君子之大不幸也。 伏望, 必問二人所告之事, 辨其虛實, 則曲直自有所歸, 而讒口以消, 人心以安, 不勝幸甚。

持平尹起畎等亦上疏曰:

臣等竊謂, 法律者, 維持國家之器、管攝人心之具, 有司所當謹守而執之, 人主不可私意而撓之。 今李澄玉, 與宗瑞締結謀逆, 徵代之際, 自知逆謀已露, 戕殺新帥, 擧兵以反, 至稱尊號、稱詔、稱勑, 大逆不道之極, 實天下之罪人。 其緣坐之人, 固非殿下所得而私宥也。 鄭苯許詡趙遂良安完慶趙順生李石貞池淨李保仁李義山趙衷孫朴夏金晶金末生韓菘黃貴存等交結逆, 共爲陰謀, 其罪無異於宗瑞等。 朴以寧趙石岡等以宗瑞偏裨舊將, 爲其腹心。 而澄玉之兄澄石, 尙齒朝列, 得在京城; 弟澄珪, 安坐田里, 與平人無異。 許詡安完慶趙遂良池淨等諸人, 不正典刑, 只處以絞, 其緣坐人竝不依律。 鄭苯朴以寧趙石岡趙順生李石貞趙衷孫朴夏等, 苟逭天誅, 得保首領。 觀其罪狀, 則同在一律; 視其處置, 則高下懸絶。 其罪之輕重之詳, 臣等所未敢知也, 其於不分首從之律, 何如? 罪同罰異, 臣等恐已置於法之逆魂, 亦不心服於地下也。 且李蓄李漢謙, 典司方面, 之田獵也, 擅發兵騎以與之, 其交結之狀, 恐非曖昧。 李世門, 澄玉幕僚之長也, 澄玉交結逆謀之狀, 豈不與聞? 伏望, 上項諸人, 竝依律文處置。 漢謙世門, 亦令攸司鞫問定罪, 不勝幸甚。

竝留中不下。



좌사간 성삼문(成三問)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요사이 역당(逆黨)들을 다스릴 것을 청하는 일들로써 입[口]이나 혹은 상소로 반복하여 진청(陳請)하였으나, 성상께서 겸손하게 억제하시고 매양 대신(大臣)에게 물으시는데, 대신은 각기 소견(所見)을 고집하여 하나도 채용(採用)하지 않으니, 신 등은 분하고 답답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옛날에 사마광(司馬光)이 간관(諫官)이 되어 임금에게 말하기를, ‘간관이 말하는 것이 모두 대신의 일인데, 폐하께서는 다시 대신에게 회부하시니, 대신이 어찌 자기의 소견을 그르다 하고 간관이 한 말을 옳다고 하겠습니까?’ 하였습니다. 사마광의 이 말은 바로 신 등의 오늘날의 뜻입니다. 공경히 생각건대, 전하의 성감(聖鑑)이 고명(高明)하시어 물정(物情)을 환히 비추시니, 엎드려 바라건대, 신 등이 개진(開陳)한 바를 일일이 성상께서 재단(裁斷)하시어 시행하소서. 만약에 겸손히 사양[謙退]하시어 독단(獨斷)하려 하지 않으신다면, 2품 이상과 여러 시종(侍從)하는 신하를 청해 불러서 가부(可否)를 숙의(熟議)하시어, 여러 사람과 더불어 처리하심이 가합니다. 그리고, 혹은 정부(政府)·육조(六曹)를 함께 부르시어 신 등과 더불어 논박(論駁)하게 하는 것도 역시 가합니다. 삼가 소견을 조목별로 다음에 열거하오니, 성상께서 재택(裁擇)하소서.

1. 간신(姦臣) 정분(鄭笨)은 지난날에 황보인(皇甫仁)김종서(金宗瑞)의 천거로 함께 삼공(三公)에 올랐으므로, 자기를 천거한 것을 은혜로 여기어 그들의 뜻을 기쁘게 하려고 하여, 김종서의 아들 김승규(金承珪)를 천거하여 지부(知部)로 삼아 당상관(堂上官)의 계(階)를 받들고, 또 황보인의 의논이 있을까 염려하여 황보인의 아들 황보석(皇甫錫)을 사복시 윤(司僕寺尹)을 삼았습니다. 비록 허후(許詡)도 아부(阿附)하였지만 오히려 〈그 일을〉 행하려는 기색이 없었는데, 정분은 이를 개의치 않고 단연(斷然)히 행하였으니, 그 방자(放恣)하고 탁란(濁亂)함이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작은 일입니다. 정부(政府)의 계목(啓目)을 보면, 그 죄명이 황보인 등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거기에 이르기를,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의 심복(心腹) 아무 아무개를 병조(兵曹)로 삼고, 군기감(軍器監)을 삼았다.’고 하고, 또 이르기를, ‘안평 대군 이용정분에게 뇌물을 후하게 주기 위하여 밤을 틈타 서로 만났으며, 정분도 또한 분선공감(分繕工監)1163) 의 재목(材木)과 기와를 안평 대군 이용에게 준 것이 헤아릴 수 없고, 또 이명민(李命敏)으로 하여금 안평 대군 이용의 청을 들어주게 한 것이 무소부지(無所不至)라.’ 하였으니, 황보인 등과 무슨 일이 다릅니까? 또 죄명으로 논하여도 허후지정(池淨)의 죄가 정분보다 가벼운 것 같은데, 저들은 모두 사형에 처하고 정분만 보전(保全)하였으니, 황보인 등과 죄는 같은데 벌이 다를 뿐 아니라, 도리어 〈죄가〉 가벼운 자는 죽고 〈죄가〉 무거운 자는 살았으니, 이것은 무슨 이치이며 무슨 법입니까? 정부(政府)의 전일(前日)의 계청(啓請)이 옳다면 오늘날의 구처(區處)는 잘못입니다. 오직 신들만이 아니라 온 나라가 이를 의심합니다. 인신(人臣)의 죄가 반역보다 큰 것이 없는데, 정분은 삼공(三公)으로서 군부(君父)를 경멸하고 종친(宗親)과 당부(黨附)하여 조정의 정사를 탁란(濁亂)시켜 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그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면 왕정(王政)이 문란한 것이니, 나라가 장차 무엇을 볼 만함이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율(律)에 의하여 전형(典刑)하시어, 조시(朝市)에 보이되, 단연코 허후지정 등을 처단한 것에 따라 정분을 가벼운 법에 처하여서는 안됩니다.

1. 정부에서 아뢴 것을 보면, 조충손(趙衷孫)조극관(趙克寬)·윤처공(尹處恭)과 함께 안평 대군 이용의 심복(心服)이고, 조순생(趙順生)·이석정(李石貞)지정(池淨)과 함께 모두 안평 대군 이용의 당원(黨援)인데, 혹은 살고 혹은 죽었으니, 경(輕)하고 중(重)하게 하여 벌(罰)을 다르게 하였으니, 신 등은 적이 의혹스럽습니다. 무릇 불신(不臣)1164) 의 죄는 《춘추(春秋)》에서는 먼저 그 당여(黨與)를 다스렸고, 율문(律文)에서는 그 수종(首從)을 가리지 않습니다. 조충손·조순생·이석정은 법(法)에 용서될 수 없으며, 의(義)에 살아 남을 수 없사오니, 역시 바라건대, 모두 다 법에 따라 처치하여 악한 자에 당부(黨附)하는 자의 경계를 삼으소서.

1. 안평 대군(安平大君)용(瑢)의 아들 이우직(李友直)은 마땅히 베어야 합니다. 무릇 역적은 수종(首從)을 가리지 아니하고, 그 아들까지 베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종범(從犯)이 되어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수악(首惡)의 자식이겠습니까? 더구나 이우직의 목숨은 성산(聖算)과 비슷하니 더욱이 죽이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시고 율(律)에 의하여 구처(區處)하시어, 사람들의 의혹을 끊으소서.

1. 지금 역당(逆黨)으로서 죄를 받은 자가 죄명(罪名)이 본래 무거운데도 죽지 않은 자가 있고, 죄명이 아주 가벼운데도 몸은 먼저 죽은 자가 있으니, 모든 백성이 이를 들으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외방은 더욱 심하여 가는 곳마다 흉흉(洶洶)하니, 신 등은 적이 걱정이 됩니다. 무릇 때에는 완급(緩急)이 있고, 일에는 경권(經權)1165) 이 있어 각각 합당한 바가 있으니, 하나만을 고집하면 안됩니다. 만약 정난(靖難)의 초(初)와 같다면 원흉(元兇)의 전제(剪除)는 비유컨대, 범[虎]을 잡는 것과 같아서 급하지 않을 수 없으니, 비록 짐승을 공격하거나, 새를 쏘듯 하더라도 가합니다. 지금 그 지당(支黨)으로서 외방에 안치(安置)된 자는 고추 부서(孤雛腐鼠)1166) 와 같을 뿐 아니오니, 마땅히 천천히 고신(拷訊)을 가하여 그 사유(事由)를 끝까지 힐문(詰問)해서 시사(市肆)에서 형(刑)을 집행하되, 그 죽음을 짐짓 늦추어 많은 사람에게 명시(明示)하고, 또 죄명을 중외(中外)에 반시(頒示)하여서 합니다. 그리고 이미 교형(絞刑)에 처한 사람의 죄상(罪狀)도 아울러 포고(布告)하여서 난적(亂賊)이 두려워할 줄 알게 하고, 인심이 스스로 안정되게 해야 합니다.

1. 삼가 《속형전(續刑典)》을 상고하건대, ‘아랫사람이 존장(尊長)을 고(告)하는 조목’의 일관(一款)에 이르기를, ‘부사(府史)1167) ·서도(胥徒)1168) 가 그 관원(官員)을 고발하고, 품관(品官)·이민(吏民)이 그 수령이나 감사를 고발한 자는, 종사(宗社)의 안위(安危)에 관계되거나 비법 살인(非法殺人)이 아니면 이를 받지 아니하고, 장(杖) 1백 대에 유(流) 3천 리로 논죄(論罪)한다.’하였고, 또, 《대명률(大明律)》의 무고조(誣告條)를 상고하면, 그 일관(一款)에 ‘무릇 무고(誣告)한 사람으로서 태죄(笞罪)에 해당되는 것은 무고한 죄에 2등(等)을 가하여 유(流)·도(徒)에 처하고, 장죄(杖罪)에 해당되는 것은 무고한 죄에 3등을 가하여 각각 장(杖) 1백대에, 유(流) 3천리에 그치고, 사죄(死罪)에 이르는 것은 무고를 당한 사람이 이미 〈사형이〉 집행된 것은 반좌(反坐)1169) 의 율(律)을 적용하여 사형에 처하고, 아직 집행 되지 아니한 것은 장(杖) 1백 대에, 유(流) 3천 리에 처하고 역(役) 3년을 가한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은 생각건대, 《속전》과 율문의 뜻은 상하를 엄하게 하여 풍속(風俗)을 후하게 하고, 터무니 없는 거짓[誣枉]을 막아서 금방(禁防)을 준엄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예빈시(禮賓寺) 권지 직장(權知直長) 심치경(沈致敬)이 그 관원(官員) 신수담(辛壽聃)의 아비 참판 신석조(辛碩祖)가 일찍이 민신(閔伸)과 함께 동모(同謀)하였다고 고(告)하고, 보은 현인(報恩縣人)이 그 수령(守令)인 이수산(李壽山)안평 대군 이용과 당부(黨附)하였다고 고소하였으니, 위의 항목의 두 사람이 고한 바를 법으로 마땅히 〈사실을〉 밝혀 내야 합니다. 그런데, 조정에서 양자(兩者)를 모두 불문에 붙이고 다스리지 아니하며, ‘만약 이를 다스리면 언로(言路)가 막히니 묻지 않는 것이 가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대간(臺諫)에서 〈이를 다스리기를〉 청하였으나 끝내 고집하면서 허락하지 아니하였으니, 신 등도 또한 불가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성상께서〉 전지(傳旨)하신 것을 보니, ‘10월 14일에 구처(區處)한 것 외에는 모두 불문에 붙여 반측(反側)한 자들을 안심하게 하라.’고 하셨으니, 이것은 〈죄상이〉 이미 나타난 반당(反黨)들에겐 시행해서는 안되며, 죄없는 자에겐 시행하는 것이 가합니다. 그윽이 생각건대, 무릇 조정에 벼슬하여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에게 임하는 자가 공(公)으로나, 사(私)로나, 시(是)·비(非)로 인하여 그 어느 누가 남에게 은원(恩怨)이 없겠습니까? 지금 만약 이들을 불문에 붙이고 다스리지 않으면, 간악한 무리들이 뜻을 얻고 조사(朝士)가 사람마다 스스로 위축될까 적이 염려되오니, 매우 좋은 일이 아닙니다. 소위 언로(言路)를 막는다는 것은 충직(忠直)의 길을 막는 것이니, 진실로 묘당(廟堂)의 의논과 같이 하여 간사한 무리들의 입을 막는다면, 나랏일에 무슨 해가 되겠습니까? 조종(祖宗)의 충후(忠厚)한 기풍이 이로부터 모두 없어질 것이니, 지난날에 이른바 반측(反側)을 안심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이는 진실로 간민(姦民)과 악리(惡吏)에겐 다행이요, 사군자(士君子)에겐 큰 불행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두 사람의 고한 일을 반드시 물으셔서 그 허실(虛實)을 밝히시면, 곡직(曲直)이 저절로 가려져서 참구(讒口)가 없어지고 인심(人心)이 편안하여질 것이오니, 〈그렇게 되면〉 매우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지평 윤기견(尹起畎) 등도 또한 상소하기를,

"신 등이 가만히 생각건대, 법률이란 것은 국가를 유지하는 그릇이며, 인심을 관섭(管攝)하는 도구이니, 유사(有司)가 마땅히 삼가 지켜서 집행하여야 하며, 인주(人主)가 사의(私意)로 굽혀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징옥(李澄玉)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황보인·김종서와 함께 교결(交結)하여 반역을 도모하고, 〈그가〉 부름을 받아 교체[徵代]될 때에 스스로 역모가 탄로난 것을 알고 신수(新帥)1170) 를 장살(戕殺)1171) 하고, 군사를 일으켜 반(反)하여, 존호(尊號)1172) 를 칭하고 ‘조(詔)’라 ‘칙(勅)’이라 칭하기에 이르렀으니, 대역 부도(大逆不道)하기가 극에 달하여 진실로 천하의 죄인이오니, 그 연좌된 사람도 진실로 전하께서 사사로이 용서할 바가 아닙니다. 정분(鄭笨)·허후(許詡)·조수량(趙遂良)·안완경(安完慶)·조순생(趙順生)·이석정(李石貞)·지정(池淨)·이보인(李保仁)·이의산(李義山)·조충손(趙衷孫)·박하(朴夏)·김정(金晶)·김말생(金末生)·한숭(韓菘)·황귀존(黃貴存) 등은 역적 안평 대군 이용과 교결(交結)하여 함께 음모하였으니, 그 죄가 황보인·김종서 등과 다름이 없고, 박이령(朴以寧)·조석강(趙石岡) 등은 김종서의 편비 구장(偏裨舊將)1173) 으로서 그 복심(腹心)이 되었으며, 이징옥의 형 이징석(李澄石)은 아직도 조신(朝臣)의 열에 끼어 있어 경성(京城)에 살고 있으며, 그 아우 이징규(李澄珪)는 전리(田里)에 편안히 있어 평인(平人)과 다름이 없습니다. 허후·안완경·조수량·지정 등 여러 사람은 전형(典刑)을 바르게 하지 아니하고 다만 교형(絞刑)에 처하였으며, 그 연좌인을 모두 율에 의하지 않았습니다. 정분·박이령·조석강·조순생·이석정·조충손·박하 등은 구차하게 천주(天誅)에서 도망하여 수령(首領)을 보전하였으니, 그 죄상을 보면 한 율(律)에 같이 있는데, 그 처치(處置)한 것을 보면 고하(高下)가 현절(縣絶)하니, 그 죄의 경중(輕重)의 상세함을 신 등이 감히 알지 못하겠거니와, 그 수종(首從)을 가리지 않는 율에 어떻겠습니까? 죄는 같은데 법은 다르니, 신 등은 두렵건대, 이미 법에 처치된 역혼(逆魂)들도 지하(地下)에서 심복(心腹)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축(李蓄)·이한겸(李漢謙)은 한 방면(方面)을 맡은 감사로서 안평 대군 이용이 사냥[田獵]함에 임의로 병기(兵騎)를 발하여 그에게 주었으니, 그 교결(交結)한 정상이 아마도 애매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세문(李世門)이징옥의 막료장(幕僚長)이었으니, 이징옥이 교결하여 역모한 정상을 어찌 듣지 않았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상항의 여러 사람들을 아울러 율문(律文)에 의하여 처치하시고, 이축·이한겸·이세문도 역사 유사(攸司)로 하여금 국문하여 죄를 주시면, 심히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모두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리지 않았다.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24장 A면 【국편영인본】 6책 647면
【분류】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변란-정변(政變) / 정론-정론(政論)

[註 1163] 분선공감(分繕工監) : 조선조 때 선공감(繕工監)의 일을 나누어 맡아 보던 분사(分司).
[註 1164] 불신(不臣) :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신하.
[註 1165] 경권(經權) : 경법(經法)과 권도(權道), 곧 원칙적인 것과 예외적인 것.
[註 1166] 고추 부서(孤雛腐鼠) : 외로운 병아리와 썩어빠진 쥐.
[註 1167] 부사(府史) : 관아의 서기(書記).
[註 1168] 서도(胥徒) : 관아의 아전들.
[註 1169] 반좌(反坐) : 남을 무고한 사람에게 그 무고한 죄와 같이 처벌하던 일.
[註 1170] 신수(新帥) : 새로 함길도 도절제사로 부임한 박호문(朴好問)을 가리킴.
[註 1171] 장살(戕殺) : 무찔러서 죽임.
[註 1172] 존호(尊號) : 이징옥이 대금 황제(大金皇帝)라 칭하였음.
[註 1173] 편비 구장(偏裨舊將) : 편장(偏將)을 지낸 옛 부하.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http://sillok.history.go.kr/id/kfa_10111026_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