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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정(三龜亭)에서 외 2편 (한국문학세상 2019년 가을 겨울호)

용재공 16세손 이제민 2019. 10. 11. 18:31

 


삼구정(三龜亭)1)에서 1

이제민

풍산읍 소산리에 야트막한 언덕
지나가는 나그네
발길을 멈추게 하네.

연산군 때
노모를 위해 효심으로
김영전(金永銓) 형제들이 건립한 삼구정

정자(亭子) 앞뜰에 거북이 모양 세 개의 돌
거북이처럼 장수하고
돌처럼 단단해지라는 뜻이 담겼다네.

강과 산이 어우러진 풍광
솔향기 새소리 벗 삼아
풍류를 즐긴 명현들

사방이 탁 트인 돌혈(突穴)2)의 정상
현인들의 정신을 기리며
휴식처가 되었네.


1) 삼구정(三龜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에 있는 정자(亭子). 삼구정은 안동김씨 소산마을 입향조인 김삼근(金三近)의 손자 김영전(金永銓, 1439~1522)이 지례현감으로 있던 1495년(연산군 1)에 지은 것이다. 당시 김영전은 88세의 노모 예천권씨를 즐겁게 하려는 효심에서 아우 김영추(金永錘), 김영수(金永銖)와 함께 삼구정을 건립하였다.
2) 돌혈(突穴) : 동종(銅鐘)이나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처럼 볼록하게 생긴 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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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9년 가을·겨울호


삼구정(三龜亭)에서 2

이제민

정자(亭子) 내부에 선현들의
시문현판(詩文懸板)과 편액(扁額)이 걸려있네.

삼구정(三龜亭) 편액에 용재(慵齋)3)라는 낙관(落款)을 보니
후손으로 감회가 새롭구나.
삼구정팔경(三龜亭八景)4)에 대한
빼어난 경치를 감탄하는 시들로
차운시판(次韻詩板)이 빼곡히 걸려있고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의 삼구정기(三龜亭記)에는
동오(東吳)라는 봉우리 위에 걸터앉아 있으며
낙동강 물이 흐르는 경치 좋고 기름진 땅, 풍산 들
형제들이 가까운 고을 수령으로 부임해
정자(亭子)를 만들어 노모를 지극히 봉양하고
아침저녁으로 즐겁게 노닐었다고 하네.

삼구정에 오르면
멀리 북쪽으로 웅장한 자태 학가산이
다른 쪽으론 푸른 강과 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송림(松林)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운치있는 절경에
선비들은 시를 읊조렸으리라
풍류를 즐겼으리라.


3) 용재(慵齋) : 의성현령 이종준(李宗準, 1454 추정~1499)의 호.
4) 삼구정팔경(三龜亭八景) : 학교청봉(鶴嶠晴峯), 마애초벽(馬崖峭壁), 현리연화(縣里烟花), 역동한송(驛洞寒松), 장교관가(長郊觀稼), 곡저타어(曲渚打魚), 삼복피서(三伏避暑), 중추완월(中秋翫月).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삼구정팔경’을 받아 계곡(谿谷) 장유(張維)와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삼구정팔영(三龜亭八詠)’을 지은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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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9년 가을·겨울호


삼구정(三龜亭)에서 3

이제민

멀리 우뚝 솟은 학가산 봉우리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강 풍산 들녘
주변엔 수백 년 된 거송(巨松)이 무성하고
산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네.

거북이 모양 세 개의 돌 장수를 기원하고
노모를 즐겁고 기쁘게 해드리려고
형제들이 힘을 모아 정자(亭子)를 지으니
효행이 후대에까지 길이길이 빛나네.

설렘 가득히 만발하는 꽃 봄소식을 전해주고
작은 연못에는 연꽃이 단아하게 피고
솔숲에서 부는 바람 향기로 가득하고
느티나무에 핀 하얀 눈꽃 햇살에 반짝이네.

석양이 지고 둥근달 뜨면
가슴 깊숙이 울리는 퉁소 소리
고요히 흐르는 달빛에
잠 못 들며 세월을 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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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한국문학세상』 2019년 가을·겨울호